
고난주간의 한 가운데서, 주님께서 서신 세상의 법정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결백을 소리높이지 않으신 주님, 오히려 스스로 내어놓으며 묶임을 당하신 주님의 두 손을 바라봅니다. 진리를 주장하는 소리높인 허다한 말들보다 아무말 없이 결박당한 주님의 두 손을 통해 우리에게 진리가 무엇임을 알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진리는 결박을 당한 것 같으나 세상 죄를 결박하였고, 구속당한 것 같으나 당신의 자녀를 당신 품으로 구속합니다.
당신의 두 손을 내어놓으신 주님, 이 땅의 교회와 나라의 지도자들이 자기들만의 진리가 아니라 오직 주님의 진리를 따르는 지도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생명을 죽이는 율법의 조문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율법의 정신으로, 무력의 힘이 아니라, 결박된 사랑의 손으로, 움켜쥠이 아니라 내려놓음으로 어두운 이 시대 가운데서 주님의 백성들을 인도하게 하소서.
세상 법정의 한 가운데 당당하게 서신 주님, 오늘 우리에게도 주님께서 품으신 그 용기를 허락하옵소서. 내 손에 쥔 알량한 자존심과 진리의 파편을 내려놓지 못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우리가 신앙의 이름으로 생명을 억압하지 않게 하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대신,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진리를 말로만 외치는 자들이 아니라, 오늘 하루 진리를 살아내는 자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지거쾨더의 사순절 그림묵상 ‘빌라도 앞에선 주님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