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 무지한 자들의 어리석은 외침이 가득했던 그 날,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향해 뱉어내신 예수님의 탄식을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행한 악으로 인하여 아무런 죄 없으신 예수님이 죽으셨음을 알게 하소서. 하늘의 태양도 그 빛을 잃고, 땅도 그 몸을 흔들며 슬피 우는데, 우리는 내가 살아있음이 당연하다는 듯이 십자가 위에서 구경하는 자로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런 감정 없이 내뱉는 말로 주님을 부인하지는 않았는지, 나만의 잣대로 옳다 그르다 판단하며 주님을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눈치를 보며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슬픔에 치우쳐 무력하게 쓰러져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주여, 이제 우리의 시선도 방향을 바꿔 주님께서 누워계신 십자가 위에 있게 하소서. 나의 거짓된 자아를 가려주었던 겉옷을 벗기니, 수치에 몸이 떨립니다. 나의 온몸 구석구석을 찌르는 질병의 고통으로 정신이 흐릿해집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로 지쳐갑니다. 가족과 이웃의 외면, 무관심, 괄시와 편견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커져만 갑니다. 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황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것,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무섭습니다.
주님! 나를 기억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눈길이 향한 곳에 마음을 두고, 주님과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말씀하시는 주님과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이 어두움을 지나 빛이 되신 주님과 함께 부활하기를 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지거쾨더의 사순절 그림묵상: 골고다 언덕의 기도>